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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1/3-

@dwarf82 2016. 11. 8. 21:49


처음 한발짝을 움직이는게 힘들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같았다.

 

살이 찌고나서는 가장 피했던 옷들.. 타이트한 니트상의, 앞트임이 허벅지 중간약간 못치게 있는 무릎을 쌀짝 덥는 타이트한 치마. , 무릎까지 내려오는 베이직 코드 그리고 하이힐.. 화장도 평소와는 다르게 다크한 색과 붉은 입술, 단발머리는 바람에 날리는 듯한 느낌….타이트한 상의와 하의 때문에 아는 사람이 보면 약간은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누가 보면 가을을 느끼는 여자라 하겠지만, 편안한 옷과 신발만 추구했던 나에게는 모든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하아.. 괜찮을까,, 괜한 약속을 한건 아닐까..

 

이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집밖을 나섰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뚝섬유원지 지하철 보관함 앞이였다.

 

번호가 어떻게 되더라..

 

카페 쪽지에 있는 보관함 번호를 찾아 비밀번호를 입력 했다. 안에는 한가지의 편지와 자물쇠가 달린 상자 2개가 있었다뒤를 한번 돌아보고 보관함안에 있는 내용물을 빠르게 챙겼다.

 

 

역에서 나와서 벤치에서 편지 봉투안에 종이를 열어봤다.  편지봉투 안에는 여러장의 종이가 스템플러로 묶여서 프린트 되어있었다.

 

첫번째 페이지..

 

처음이시기 때문에 많이 당황스럽고, 생각이 많으실꺼라 판단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실꺼면 편지를 버리고 다시 돌아가시면 됩니다.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잠시라도 색다른 느낌을 느끼고 싶다면 다음페이지를 보세요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냥 갈까, 약간의 머리 어지러움이 느껴지기도 헀고, 눈동자가 왔다갔다 했다.

쉼호흡을 하고 다음페이지를 넘겼다.

 

 

두번째 페이지

먼저 허리를 펴서 있으세요. 그리고 다리를 꼬고 앉으세요

몸을 숙이고 있지 마세요. 당신은 오늘은 다른사람입니다.

 

나는 놀라서 주변을 돌아봤다. 내가 알고 있거나 나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에 앉을때 항상 허리를 숚이며 지냈던 내가 허리를 피고 있으니 물론 불편했다. 가슴이 평소보다 도드라지고, 엉덩이 또한 육감적으로 보이는거 같았다.그리고 무릎위에서 보던 편지를 가슴 높이에서 보았다.

 

오늘은 걸을때도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그리고 천천히 걸으세요. 평소에 보던 앞이 아닌 주변을 보세요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이 당신을 보는 눈길을 즐기세요 그리고 시선을 마음껏 느끼세요.

 

 

세번째 페이지

 

이제 제가 약도 그린 곳의 벤치아래 붙어진 편지를 찾으세요.

대신 천천히 걸어갑니다. 자신이 걷을때 나는 힐의 소리가 다른 사람에 들리도록 천천히 걷습니다.

 

한가지 약속합니다.

저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 생기는 일에 대해선 어떻게든 당신을 보호할것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관객이 될뿐입니다.

오늘은 당신이 주인공이고, 당신의 무대입니다.

이성적인 생각보단,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보세요.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면 미소를 지어보세요. 그리고 사람이 어떠한 표정을 짓는지 보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자신을 보세요

 

편지는 이걸로 끝이였다. 편지를 조심히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다행히 장소는 한번은 가봤던 곳이였다.

그리고 쉼호흡이 필요했다.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할수 있다 라는 말을 몇번이고 이야기 헀다.

그리고 깊은 호흡끝에 일어설수 있었다.

 

'허리 펴고 천천히 걷기,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나를 찾아보기'

 

또각….

.

.

.

 

또각…

.

.

.

 

또각…

.

.

.

 

 

나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평소엔 항상 앞이나 바닦만 보고 빠르게만 걷던 나와는 달리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천천히 걷다 보니 나를 흘겨보는 사람들이 보인다.

 

얼굴이 홍조가 될정도로 부끄러웠다. 하지만 좀더 용기를 내서 걸었다. 


치마가 올라간다, 평소라면 뒤를 보고 내리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좀더 소리를 내어 당당하게 걸어간다. 

 

처음엔 얼굴에 뭐라도 뭍어서 사람들이 보는것 같다.

 

몸매가 드러나는 때문에 나를 보는건 아닌지..

 

야하게 보이는건 아닌지.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이 머리보다 몸에 반응을 일으켰다.

 

쓰익….

 

남자는 조금 놀랐나 보다. 눈이 커진다. 뭐지? 이런느낌? 전달이 되는거 같다.

 

지나간 사람뒤로 사람이 계속 나를 지켜보는게 느껴진다.

 

때문에 몸이 살랑 살랑 움직이는것 같다.

 

마치 꼬리를 치는 듯한 느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 모든 사람이 나를 보는 느낌, 약간은 관능적으로도 걸어본다.


오늘은 모델이 워킹하듯 도도하며, 매력적인 관능적인으로 관객을 홀릴듯한 미소로..



이렇게 사람들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이 나를 지속적으로 보는 느낌이 묘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만 보고 있는것 같다.




그렇게 지정된 장소에 도착했다.

 

공원안의 벤치. 그리고 아래에 붙여진 편지를 찾으려 했다.

 

평소라면 당연히 무릎을 꿇고 찾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모습이 싫었다.

 

벤치에 허리를 펴고 앉아서, 다리를 꼬고 손만 조심히 벤치 아래를 훝었다. 누가 보면 비밀접선이라도 하는 것으로 보이곘지만, 오늘은 왠지 이런 모습이 좋았다.

 

편지가 잡혔다.

 

순간적으로 허리가 굽혀졌으나, 다시 펴고 쉼호흡을 하고 두번째 편지를 열어본다

 

편지봉투에는 이어폰과 라인 아이디가 적혀 있었다.

 

가방을 꺼내고,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하고 귀에 꽂는다.. 그리고 라인 아이디를 입력한다.

 

친구를 추가 하시겠습니다.

 

""

 

아무런 프로필사진이 없는 회색빛 아이디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안녕하세요 입력한다.

 

바로 보이스톡이 울린다.

 

놀랬다. 바로 전화가 올줄이야. .

 

또한번의 긴장감이 갑자기 왔다. 심장을 바늘로 살짝 찔른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연결을 눌렀다.

 

"여기까지 오시면서 많이 즐기셨나요?"

 

""

 

"대답은 고개로만 합니다. 오늘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기보단 몸짓을 보고 싶습니다."

 

'끄덕"

 

. 다른 사람의 눈길을 느껴보니 어떻던가요? 평소와는 다른느낌이던가요?

 

'끄덕'

 

좋던가요?

 

'끄덕'

 

잠시 조금더 산책할까요?

 

'끄덕"

 

습관적으로 끄덕이는건 아니겟죠?

 

도리도리.

 

"후후...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지금부터는 목소리만 듣고 저만 믿고 가는 겁니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거나 나를 찾지 마세요. 저를 찾는다면 저는 다시는 말을하지 않겠습니다. 동의 하시겠습니까"

 

'끄덕'

 

저와함께 산책해볼까요?

 

,......그떡..

 

그의 저음의 목소리에 나는 최면이 걸린듯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